새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노동운동이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압도적 다수의 근로대중 때문이다. 이 문제에 관련해서 가장 흔히 이야기되는 것은 한국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10% 안팎에 불과하고, 그나마 민주노총은 그 절반쯤밖에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일이지만, 진실과는 먼 주장이다.
유럽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남유럽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독일 같은 대륙 유럽에서는 50% 내외이고, 스칸디나비아 나라들에서는 100%에 근접한다. 그리고 그 조직률과 비슷하게 사회민주당이나 노동당의 집권 기간이 짧거나 길다.
노조 조직률과 진보정당 집권의 인과 관계를 따지자면, 진보정당의 최초 집권은 일정한 노조 조직률에 힘입지만, 그 이후에는 오히려 노조 조직률 확대가 진보정당의 정치적 역량에 의해 좌우되게 된다.
이는 노조의 조직률 또는 노동계급의 형성이라는 과제가 노동조합 뿐 아니라, 노동자 정당이 함께 짊어져야 하는 몫이라는 가르침이고, 정치적 조직과 조정 없이는 노동계급이 형성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낮다거나 비정규직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문책은 이미 대기업 노조 조직률의 포화를 이룬 민주노총보다는 정치를 통한 대대적 조직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에게로 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