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이나 지금이나 촛불집회에는 한 가지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만 모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쇠고기보다는 다른 의제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있다. 쇠고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목적이 그것뿐인 사람들부터 이명박 정권의 모든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이러한 다양성들은 자발성을 확산시키고 있고, 그 자발성이 50차 촛불집회를 이끌고 왔다. 동원되지 않은 촛불, 조직되지 않은 촛불, 다양성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모인 촛불. 이것이 정답이고 이것이 배후이다.노동자도 국민이고, 시민이다. 아니 노동자가 국민과 시민의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국민과 시민에게 있는 다양성이 왜 우리 조합원들에게는 없는 것일까?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국민과 시민에게는 있는 자발성이 왜 우리 조합원들에게는 보이지 않을까? 그 자발성을 끌어내지 못한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덧 조합원들조차 길들여져서 자발성을 잊은 지 오래된 것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창조성도 없고,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서로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터넷의 경우는 두 가지로 접근해야 한다. 하나는 전통적인 방식의 인터넷 문화이다. 정보공유, 토론, 카페활동 등.(물론 전통적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조차 이명박 정권에게는 이해 안되는 새로운 방식일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전통적이라 불리는 것은 4~5년 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인데, 인터넷에서 4~5년은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더 이상 무슨 긴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온-오프의 경계가 허물어지다. 최근에 와서 주목할 만한 것은 온라인 동호회들이 온오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소통하고 오프라인에서는 행동하고. 바로 이것이 진보진영조차 놓치고 있었던 흐름이다. 온오프의 경계가 허물어진 신호탄이 바로 5월 2일 촛불집회였다. 기억해보자. 여중생의 글 하나로 시작된 온라인 행동이 수일 만에 만 여명을 광장으로 끌어내었다. 이제 정신을 차린 정권과 보수세력, 조중동은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촛불정국이 어떻게 마무리 되느냐와 별도로 전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이 전쟁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진영 대부분이 그렇다. 이 전쟁에서 정권과 자본이 완승하게 되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장벽, 상상할 수 없이 강력하고 높은 장벽이 우리 앞에 놓이게 될 것이다. 네트워크 자체는 (누군가가 장악하지 않는다면) 방향성이 없다. 하지만 진보진영 전체의 역량을 뛰어넘는 파워를 가진 네트워크를 빼앗길 것인가? 권력에 의한 네트워크 통제……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