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20, 2008

11월 20일 공교로운 날

오늘, 11월 20일은 참으로 공교로운 날이다. '공교(工巧)롭다'는 것은 뜻하지 않은 사실이나 사건, 인물이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 기이하다고 할 만하다는 뜻이다. 오늘, 11월 20일은 실로 공교로운 날이고, 그 모든 '공교로움'은 국가보안법과 연관되어 있다.

우선 그 열쇠가 되는 국가보안법은 1948년의 오늘, 11월 20일에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60년이 된 것이다. 1948년 8월 15일에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 거의 동시적으로 이 법이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해 9월 29일에 '내란행위특별조치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제출되어 여야간에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이 법의 이름은 곧 '국가보안법'으로 바뀌었다. 60년 전, 그해 가을의 논쟁점 역시 '공산주의의 정의와 처벌 규정이 매우 모호해 정권이 정적을 제거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이는 실로 60년의 역사를 가진 현대사의 핵심이다.

몇 가지 공교로운 일들을 적는다면, 우선 오늘 11월 20일은 시인 박노해(본명 박기평)가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날이다. 그는 사제를 꿈꾸던 청년이었고 공단의 노동자였고 그 삶의 참다운 해방을 위해 시를 쓰고 또한 실천운동을 한 활동가였으며 지금은 '나눔문화'를 통하여 낮은 곳의 진정한 위로와 평화의 확산을 꿈꾸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 한 사람, 기억해야 될 중요한 인물이 있다. 1937년의 오늘, 11월 20일에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전 서울대 사회학과의 김진균 선생이다. 김진균 선생은 진주고교를 마치고 1961년에 서울대 사회학과를 마쳤으며 이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거친 후 1968년부터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하여 평생 동안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아 왔다. 그는 1980년에 총칼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에 의하여 강제 해직을 당한 바 있다. 이에 김진균 선생은 1982년부터 서울 상도동의 창고 건물에 개인연구실인 ‘상도연구실’을 열었는데, 이 작은 공간이 80년대 진보적 학술운동의 진원지가 되었음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김진균 선생의 진보적 학술 연구와 그 실천 활동은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오늘 11월 20일은 최근에 배우 문근영씨의 남다른 활동을 '‘빨치산 선전용’이니 ‘좌익세력의 영웅 만들기’라고 힐난했던 지만원씨가 1942년에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정윤수의 BOOK...ing 365에서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