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민주노동당은 왜 흥하고 망했는가? 한 마디로 겉과 속이 달랐기 때문이다. 겉 때문에 흥하고 속 때문에 망했다. 겉으로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고 외쳤다. 이 구호는 원래의 뜻 그대로의 좌파,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좌파의 구호였다. 물론 구체화되고 보다 현실적인 정책으로 다듬어져야 할 거친 구호들이었지만 적어도 시대착오적인 구호는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의 발전이 선진국의 턱 밑에 이르고 그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과 빈부격차가 극심하여 누구나 양극화를 인정하고 걱정하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좌파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이에 대해 공감을 하고 기대를 보냈다. 그러나 속으로는 아직 NL과 PD, 즉 맹목적 민족주의와 혁명적 민주주의를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2004년 총선에서 국민의 과분한 사랑과 기대를 받아 원내로 진출한 후에 오히려 그러한 속내가 드러났다. 결국 80년대 운동권의 관념과 습관,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숨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중 앞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하는 말과 당내에서 하는 말이 일치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대중에게 ‘정직하지’ 않은 사고와 언행의 나쁜 습관은 국민과의 만남에서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차단하였다.레디앙에서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