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07, 2008

왜 지금 다시 <영웅본색>인가? 22년만에 재개봉하는 <영웅본색> 리뷰

무협영화가 배경으로 삼는 전근대 시대에 있어 강호는 (봉건적인) 국가 체제와 별개로 존재하며 나름의 법칙과 윤리에 의해 유지되는 독립적인 공간이었다. 그러나 근대국가가 형성되고 난 뒤, 합법적 국가질서에 포섭되지 않는 공간은 범죄의 공간으로 여겨질 뿐이다. 즉 강호는 더 이상 국가와 별도로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게 된 것이다. 적룡이 연기하는 송자호는 외견상 범죄조직의 수장이지만, 일반적인 조직 폭력 영화들에서 그려지는 보스와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그는 현대적인 조폭 조직의 보스가 아니라, 사제들을 거느리고 보살피는 무협영화 시대의 큰사형과 같은 존재다. 말하자면 송자호와 마크(주윤발)는 강호가 불법시되는 근대국가에 남은 마지막 강호인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조직이 바로 '위폐 제조' 조직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자본주의 사회가 운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 단위가 화폐인 만큼, 그가 위폐를 만든다는 것은 곧 자본주의 질서의 근간을 뒤흔드는 존재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전체 기사 @ 프레시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