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February 01, 2009

용산의 생떼와 죽음

ozzyz review 허지웅의 블로그에서 가져옮

언제부터였는지 모른다. 용산 구청 앞에 현수막이 걸렸다. 누추하게 흔들리는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세입자가 아무리 떼를 써도 구청은 도와 줄 방법이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러 현수막은 누추함을 쇄신하고 구청 앞에 어울리는 설치물로 거듭났다. 큼지막하게 인쇄된 문장은 조금 더 강렬하고 노골적인 의미를 담았다. “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제발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공적 의사를 담았되 사적 분노를 노출하는, 유독 붉은 색으로 인쇄된 ‘생떼거리’라는 단어에, 오가는 사람들은 웃기도 놀라기도 하며 문득문득 멈추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사회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 구청이 고용한 용역들에 수년을 휘둘려오던 사람들은, 기어이 생의 경계 밖으로까지 밀려나 쓰러지고 그을렸다. 공무에 몸담은 사람들이 생존권의 요구에 맞서 내놓았던 공적 언어를 빌리자면, 이건 그러니까 생떼를 썼다는 이유에서였다. 모르겠다. 오랜 시간 위태롭게 예정됐던 죽음 앞에 문자란 전력을 다하여도 대개 초라하고 무책임하다. 지금 당장은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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